1일, 2일차 일정에 이어 백두산으로 다시 향합니다.
여전히 장염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백두산 서파로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약 덕분에 제 증세는 호전되었지만,
문제는 패키지 팀의 다른 분들이 뒤늦게 장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침부터 화장실을 바쁘게 이용하신 후에야 짐을 싸서 얼다오바이허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백두산 서파산문 입구까지는 거리가 좀 있던데다 다들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버스 안에서 자면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파산문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서파산문 코스로는 볼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전날의 북파산문보다 사람이 훨씬 적었던데다 여기는 대기열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스님들도 백두산 구경을 오셨던 모양입니다.
여전히 날씨는 맑고 깨끗해서 오늘 천지도 기대감이 컸습니다.
혹자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맑고 깨끗한 천지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3대가 중국인의 인파를 이겨내야 천지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와 어머니는 운이 매우 좋아서 양일 모두 밝은 하늘 아래에서 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25위안짜리 입장권과
85위안짜리 셔틀버스 탑승권을 구입해서 들어갑니다.
이날의 모든 이동을 책임져줄 셔틀버스는 토요타 코스타였습니다.
서파산문은 내부에서 금강대협곡을 제외하면 별도로 들려서 갈 만한 곳이 없고(가는 길에 펼쳐진 꽃밭이나 구경하는 정도?)
이동경로 역시 단일경로에 가까운지라 정상행은 따로 운행하지는 않습니다.
산문에서 서파 코스의 정상인 5호 조중경계비 주차장까지는 약 36km정도의 긴 거리를 가야 합니다.
서파로 오르기 전에 먼저 급강대협곡으로 먼저 갑니다.
동계에는 여기서 스키 연습도 하는 모양이네요.
풀밭 너머로 보이는 저곳이 백두산 서파입니다.
금강대협곡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협곡 입구에서 내리면 이런 식으로 진행방향이 일방통행식입니다.
열심히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사방으로 나무가 굉장히 울창해서 통로만 보고 가게 됩니다.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공기 자체는 엄청나게 상쾌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통로를 따라 나오자 금강대협곡이 나타나는데요
이게 사진으로만 보면 협곡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면 이렇게 협곡의 자태가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금강대협곡은 백두산의 융기 과정에서 생성되었다는데,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워낙에 숲이 빽빽해서 알려져 있지 않다가
1989년에 폭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치워내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하네요.
협곡을 따라 난 이동 통로를 통해 이동하면서 협곡의 다른 부분도 구경합니다.
출구 쪽으로 나가는 통로는 아예 펜스도 없고 길 양 옆이 울창합니다
삼림욕 하기엔 최적의 장소 인 듯.
다들 출구에 있는 화장실에서 한 번 씩 앓고(...) 백두산 서파를 향해 갑니다.
북파 못지 않게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 올라갑니다.
먼 길 저편에 다시 백두산 서파의 정상이 보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5호 조중경계비 주차장.
백두산 서파는 국경 지역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는데요
백두산 자체가 북한과 중국과의 국경이 천지를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는 곳 인데다 서파는 그 국경 경계인 5호 경계비가 있습니다.
북파의 천문봉 기상대에도 매점과 방한복 대여점이 있기는 했는데
서파는 매점이 훨씬 많더군요.
다만 땡기는 게 없는 노점상 수준 인지라 뭘 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훨씬 적어서인지 별도로 인원을 통제하지도 않아서 분위기는 서파가 훨씬 자유롭네요.
이제 계단을 따라 5호 조중경계비가 있는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거리는 90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계단 높이가 어정쩡하게 낮은 1442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거 계단 높이가 어정쩡하게 낮아서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냥 걸어가도 될 정도로 만들어도 될 걸 어설프게 한 발 딛으면 발에 계단이 걸릴 정도 인지라 되려 힘이 더 드는 정도?
날씨는 여전히 화창해서 천천히 올라가기엔 좋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위대합니다
돈을 내고 가마에 태워진 채 서파를 오르내릴 수 있는 별도의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1/5정도 올라왔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데 사진 오른쪽이 심상찮네요
1/3정도 올라왔습니다
오른쪽에서 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중간쯤을 지나다 올라가는 길에 한해서 이렇게 잠시간 지붕이 씌워져 있는 구간이 나옵니다
서파 천지도 산 아래로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다들 지쳐가는 중이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올라갑니다
해발 2천 미터가 넘어도 꽃은 잘 피네요
서파 경계에서 남쪽을 찍고 있는 사진이지만 저 봉우리는 애매하게 국경선에 걸쳐 있는 중국 영토입니다.
그렇게 허덕대며 정상까지 올라왔습니다.
사진 오른쪽에서 부터 구름이 계속 몰려오는 게 신경쓰입니다만 어쨌든 올라왔습니다...
백두산 서파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 지나는 곳이라고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경계석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실제 지도상으로 보면 이쯤 됩니다.
실제로 올라가면 이렇게 생긴 경계석이 있습니다.
한문으로 써진 위치는 중국 영토이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당연히 북한 영토입니다.
백두산 관광지의 특성 상 별도의 국경 검문소는 두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합법적으로 북한 영토를 밟아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경계석 안쪽으로 약 100m정도까지는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 너머로는 울타리가 쳐져서 넘어가면 진짜 큰일납니다.
어쨌든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의 분류대로라면 함경남도 혜산군 보천면 땅을 밟아 본 겁니다.
북한 영토 위치에서 찍어보는 천지입니다.
올라가기 시작할 때와는 달리 구름이 다소 몰려온 상태지만 여전히 날이 맑아서 좋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북파 쪽 천지와는 다르게 이쪽은 평범한 수준의 언덕이라서 천지 물가로 내려가려면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내려가지는 못하게 울타리로 막아놔서 그게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천지를 둘러보다가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질 기미가 보여서 내려가기로 합니다.
이 쪽 방향에서 계속 구름이 몰려오는데 저희가 내려갈 때 까지만 해도 그나마 저정도 수준 이었습니다만
다 내려와서 위를 올려보니 구름이 몰려와서 천지로 빨려 내려가듯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게 오신 분들 얘기에 따르면 저 때 부터 천지고 뭐고 아무것도 안 보였다고 하네요.
어쨌든 이제 다 모였으니 빠르게 백두산을 내려갑니다.
백두산 관광은 다 끝났으니 남은 것은 점심식사와 창춘으로의 이동밖에 없습니다.
조금 늦은 점심식사가 되어버렸지만 서파산문 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합니다.
다들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장염으로 인해 식사가 식사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식사를 마칩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창춘으로 출발했으면 좋겠지만
그나마 증세가 나아지고 있던 저와 아예 장염에 걸리지 않았던 어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은지라
가이드분의 판단으로 창춘으로 가는 길에 가장 가까운 병원을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백두산 서파에서 얼마 멀지 않은 송지앙허(송강하)라는 곳에 위치한 병원으로 갔습니다.
일단 증세가 있는 나머지 분들은 진료를 받기로 합니다.
저는 증세가 상당히 호전된 상태여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구요.
이 병원...이렇게 보면 그냥 중국 시골의 평범한 병원처럼 보입니다만
이게 병원인지 의심부터 생기는 건물 상태에
(사진 오른쪽의 저거, 소각장입니다...)
화장실이나 좀 쓰겠다고 들어갔다가 상태 보고 질겁하고 나올 정도였습니다.
...병원 맞냐...
거기에 가관이었던 건 진료하고 처방(당연히 다들 장염 판정)과 투약 조치를 해야 하는데
'병원에 약이 없으니 근처 약국에 가서 처방을 전달해주고 약을 사오면 투약 조치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발전된 중국의 모습은 그저 알려진 대도시의 모습에 불과할 뿐인 것 같았습니다.
가이드분이 약을 사러 나가신 동안 저는 병원 구경이나 하고 있었는데,
중국형 K3 유로는 앞은 K3 쿱인데 뒤는 K3인 채로 파는 모양이네요.
3박 4일동안 가장 많이 보였던 메이커는 폭스바겐 이었습니다만 한국 메이커도 만만찮게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택시로 돌아다니는 아반떼 XD...
특이한 점이라면 이런 식의 바이크 기반 3륜차도 엄청 돌아다닌다는 것?
요렇게 생긴 택시도 제법 많았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한국에서도 화물운반용으로 돌아다니긴 합니다만 이건 아예 뒷자리에 사람 태울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그렇게 어디까지 다녀오셨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가이드분이 약을 사들고 오셨고, 투약처리를 받은 다음 창춘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낡이 밝아서 한낮처럼 보입니다만 진료받고 투약 처리까지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려서
실제로 창춘을 향해 출발한 시각은 오후 7시가 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기사님의 말을 가이드분이 전달해준 대로라면
창춘시는 대형 상용차의 출입을 야간에 통제하기 때문에 밤 11시 이전에는 창춘 시내로 진입을 해야 한다고 했었던지라
중간 휴식도 한번만 휴게소에 들리는 것으로 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딱 중간쯤에 들린 후이난 휴게소.
매점이고 뭐고 저녁 9시를 넘긴 시각이었던지라 전부 닫아서 화장실만 이용 가능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인생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달려서 밤 11시가 되기 전에 창춘 시내에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출발 전 마지막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객실이 매우 큰데다 침대도 크고 푹신푹신해서 편하게 잘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투숙객이 제법 많은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습니다.
1세대 투싼도 앞에 있네요.
시원하게 샤워까지 하고 나서 TV를 틀어 채널을 돌려보니 나오는 미국대장2동일전사(.......)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짐을 챙겨서 호텔에 도착한 버스에 넣어 놓고 나머지 인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그랜저.
중국에서는 북미 수출명인 아제라로 팔았던 모양이네요.
이제 창춘 룽자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이제야 중국 고속도로는 그래도 제한속도가 높은 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어째 전날 기사님이 신나게 밟는다 했는데...
출국수속을 마치고, 가이드 두 분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이 옌지(연길)이라고 하셨는데, 가까워서 기차 타고(공항 앞에 룽자 역이 있음) 얼마 안 걸린대서 얼마나 걸리냐고 여쭤봤는데
'세시간이요^^'라고 대답하시길래 이런게 대륙 스케일인가 싶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단체 병원행에 식겁했을텐데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해 주셨던 가이드분은 정말 고생이 많으셨었습니다.
국제선이 메인인 공항이 아닌지라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는데 카페 이름이 커피 마시고 인간을 그만둘 것 같이 생긴 카페도 있고
딱 이렇게 생긴 면세점 하나가 있는 곳에서 대기하면서 면세품 중에 집에서 마실 우롱차와 보이차를 하나씩 사서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분명히 제가 탄 비행기는 아시아나 항공인데 어째서 기내식은 스프라이트 빼면 우리의 맛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에 빠진 채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백두산과 천지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고,
정말 통일이 되어서 북한을 통해 다시 한 번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어마어마한 곳이었습니다만
음식 때문에 생긴 문제로 모든 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이 다소 아쉬운 여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백두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은 깊게 박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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