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1일 일정에 이어집니다.


계속 아침 여섯시에서 일곱시에는 일어나다가 이동에 여유가 생기는 일정인지라 조금 더 늦게까지 푹 자고 일어납니다.

TV를 틀었는데 사진까지 올리기는 좀 그렇고 아침부터 연예인 가십기사와 북한이 어떻게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만 줄창...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씻고 어슬렁거리면서 시내로 나갑니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돌아다니죠.



여행 내내 대충 제설이 된 거리를 보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평화로운 스스키노의 아침.

밤만 되면 환락가로 돌변하는데 아침엔 조용하네요


근처에서 코코이찌방야를 발견하고 들어갑니다.

한국처럼 큰 점포가 아니라 건물 모퉁이에 조그마하게 자리잡은 가게네요.



해장 겸 아침은 카츠카레로 때웁니다. 한국 코코이찌방야와 차이 없는 맛.

삿포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또 어슬렁 어슬렁 이동합니다.



삿포로역 방향으로 걸어서 올라가는데 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내리네요.



슬로우모션으로 찍어도 눈이 저렇게 빠르게 쏟아지니 실제로 어느정도였는지는 추측에 맡기겠습니다.



바빠보이는 것 같아도 제법 한가한 삿포로의 아침 풍경.



오도리공원 근처까지 왔습니다.



시기가 시기였던지라 삿포로 눈 축제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아이고 눈발이 점점 거세지는데요 



삿포로 역 앞에 도착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오는지라 서둘러 이동하기로 결정.

일단 목적지는 삿포로 맥주 박물관인데 버스를 안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도호선 히가시쿠야쿠쇼마에역東区役所前駅까지 지하철로 이동합니다. 삿포로역에서 달랑 두 정거장이네요. 기본구간요금 200엔.



2년 넘게 지나서 보니 이 때 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지하철역보다도 하코다테 본선 나에보역이 더 가깝네요(...)



어쨌든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도보로 삿포로 맥주 박물관까지 이동합니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을 맞아가며 열심히 걸어가서야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도착합니다.

이미 조금씩 내리던 눈은 폭설이 되어 있었습니다.



현재는 생산공장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전부 박물관 겸 홍보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관광 명소가 되었네요.

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박물관 관람 프로그램은 일반 전시관만 알아서 관람하는 일반 코스와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맥주 시음이 포함된 프리미엄 투어 코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격이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것도 아닌지라 바로 프리미엄 투어를 신청합니다. 500엔.


프리미엄 투어를 신청하면 투어 진행을 위해 저렇게 카드를 받아서 패용해야 합니다.



신났다고 인증샷까지 찍었습니다.



맨 처음 영상홍보물을 관람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 홍보물, 상품들에 대한 시대별 변화상을 쭉 관람하고 나옵니다.

투어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되네요.


프리미엄 투어 신청객들은 박물관 관람 코스가 끝나면 1층에 마련된 시음회장으로 이동합니다.



시음회장에서는 가이드분이 삿포로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게 잔에 담는 방법을 시연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그 방법은 이렇게 한국어로도 친절하게 나와있구요.



방법대로 충실하게 삿포로 맥주 한 잔을 따라낼 경우의 모습입니다.



투어 참가 관광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두 잔의 맥주와 간단한 마른안주가 하나씩 제공됩니다.

왼쪽은 우리가 흔히 사 마실 수 있는 삿포로 블랙라벨이고, 오른쪽은 개척사 맥주라고 해서 삿포로맥주 초창기의 레시피대로

생산한 맥주라고 하네요. 개척사 맥주의 경우 맥주박물관에서만 시음과 구매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집에 가져와서 마시려고 사진 왼쪽의 두 가지를 한 병씩 구매해서 캐리어에 넣어왔습니다.

맛은...왜 저걸 박물관에서만 팔고 백 년 넘게 맛을 꾸준히 바꿔왔는지 이해할 수 있는 맛입니다. 추천하기엔 좀...


삿포로역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밖에 눈이 더 거세게 내리던지라 박물관 안에서 조금 더 있다가 가기로 합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고 다니면 눈이 안 오고...자동차 운전을 안 하면 눈이 쏟아지는 여행이라니


박물관에서 버스를 타고 삿포로역으로 이동합니다.

버스타고가니 이게 지하철보다 더 편했어요...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역까지 연결되어 있는 지하통로로 내려가 상점가에서 40mm 유탄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이동합니다.



타누키코지 상점가를 둘러보기 위해 지하통로에서 올라옵니다.

여기에서 친구 한 명은 삿포로 TV타워와 시계탑에 갔다 오겠다며 갈라집니다.

나머지는 당시 눈 축제 기간도 아니었던데다 타워는 좀 지겨웠던 인상이라 전부 포기하고 타누키코지로.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떨리는 몸의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는 사진



타누키코지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입니다.

일본사람보다 중국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은 접어두고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다른 나라 말로는 편하게 들어와서 보라고 해놓고선 왜 한국어로만 가게에 칼을 달라는듯이 써 붙여놨을까요



길 여러 곳에 걸쳐서 상점가가 길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점포도 많고 그만큼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도 보내면서 구경을 마쳤으니, 준비했던 여행 코스 중 가장 비싼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합니다.



오도리역에서 표를 끊고 도자이선을 탑니다.



지하철을 타고 도자이선 니시니주핫초메역西28丁目駅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려는데



Oh shit........

어쨌든 예약한 시각까지 늦지 않기 위해 700미터 남짓한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가다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일 정도로 바닥은 얼어있고 눈은 퍼붓고...



어쨌든 예약한 식당까지 겨우겨우 왔습니다;



밖에서 봐도 뭔가 모르게 기품이 느껴지는 식당 내부



한국인 넷이 눈범벅이 된 채로 예약손님이랍시고 들어오는 광경을 봤을 직원분들은 무슨 느낌이었을까요;


어쨌든 여행계획을 세울 때 부터 한 곳은 제대로 돈을 써서 먹부림을 해 보자는 결정을 해서 정한 곳입니다.

삿포로 마루야마 공원 근처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며, 이름은 몰리에르(Moliere).


미슐랭 가이드 홋카이도편에서 별 3개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출국 전에 예약을 하면서 예약시각을 포함한 이런저런(메뉴에서 빼줄 재료의 지정이라던가)것들을 미리 예약했기 때문에

별다른 대기 없이 바로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코스는 예약으로만 가능하다는 제일 비싼 코스인 메뉴 테루아르(Menu Terroir)였습니다.

2017년 당시 세금포함 1인 15000엔이고 2019년 현재는 소폭 올라서 1인 16000엔이네요.



기본 테이블 세팅은 요렇게.



첫 메뉴는 양파 타르트지만 저 혼자 양파가 아닌 버섯이 들어가 있습니다.

양파 특유의 식감과 향 모두 싫어하는지라(갑자기 먹는 경우엔 게워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 예약단계에서 저 혼자서만 빼달라고 미리 주문한 덕분.


치즈와 버터가 적당한 풍미를 내 주면서 타르트에 들어간 버섯이 씹는 맛도 더해줍니다.



식사메뉴와는 별도로 와인이나 소프트 드링크류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따로 주문하지는 않고 저희 테이블을 담당하신 분의 추천에 따라 화이트와인을 한 잔 주문합니다.


와인을 들고 잔에 따라주시면서 가벼운 농담까지 곁들여가며 식사 분위기를 올려주시던 직원분의 센스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네요.



이어서 나오는 우엉 스프.

우엉 특유의 향이 가득했던 스프였습니다.



모양까지 내서 깔끔하게 플레이팅한 버터와 함께



빵이 나옵니다.

빵은 접시가 비워지는대로 계속 알아서 채워집니다.



백합 뿌리를 삶아서 만든 요리입니다.

은은한 단 맛도 단 맛이지만 백합 뿌리가 입 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굉장히 좋았었습니다.



시소잎에 말아서 튀긴 조개관자 요리입니다.

요리는 저 한 점만 나오는 거지만 플레이팅에 신경을 매우 썼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웜 샐러드(말 그대로 따뜻하게 내놓는 샐러드 요리)인데 저 상태에서 막 섞는 게 아니라 원하는 재료를 플레이팅된 소스와 조금씩 섞어 먹는 식.

웜 샐러드라는 개념 자체도 저 때 처음 배웠습니다.



생선의 이리를 구워서 조리한 뒤 소스에 얹어 나온 다음 음식입니다.

양은 적어보이는 것 같은데 먹다보니까 저게 적은 양은 아니었었습니다.



다음 음식은 해산물 메인 요리로 오징어 먹물을 사용한 전복 요리인데, 이것 하나만 덜렁 나오는건가 했는데



전복 옆에 오징어먹물 리조또를 덜어서 주십니다.

일본여행하면서 먹었던 일본음식의 간이 다소 센 맛보다 훨씬 담백하고 씹는 맛까지 좋아서인지 상당히 맛있게 먹었었습니다.



생선에서 육류로 넘어가기 위해 입가심을 겸해 쉬어가는 메뉴로 나오는 서양배와 홍차가 들어간 소르베.


그리고 육류의 메인 메뉴가 등장합니다.



토카치규 필렛입니다만, 바로 이런 식으로 내놓는 것은 아니고 잘 구워져 나온 소고기 덩어리를 바로 잘라서 접시에 이렇게 놓아주십니다.

고기 뒤에 있는 건 구워서 나온 순무입니다.



고기가 영롱합니다.



고기까지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감자 그라탕도 같이 나와서 따로 덜어주십니다.

잘 구워진 고기도 고기지만 순무의 단 맛과 그라탕의 짠 맛이 잘 어울립니다.



파워풀한 소고기를 뱃속으로 집어넣고 나니 치즈를 얹어 구워낸 빵 하나가 나옵니다.



빵을 먹는 사이에 식기를 바꾸시고



후식으로 넘어가네요


와사비를 얹은 포도 소르베가 나옵니다.



슬슬 마무리단계로 접어듦을 알리듯이 단 음식이 나오네요

금박을 붙인 케이크라던가



건포도와 견과류를 넣은 파운드케이크같이 달디단 음식과 음료 한 잔으로 마지막까지 식사가 진행됩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을 각 잡고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도 조금 하면서 갔는데,

크게 분위기에 부담갖지 않고 즐겁게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먼저 연락해서 식사를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이 있나 확인했었는데,

복장도 지나치게 장소에 맞지 않는 정도(트레이닝복이라던가 집 안에서나 입는 정도의 옷이라던가)만 아니면 OK라고 하고

실제로 식사하면서 본 다른 테이블들 역시 아예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상견례중인 분들이 있었습니다)가 아닌 분들은

저희와 비슷한 캐주얼한 복장 수준으로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번쯤은 가서 즐겨볼만한 식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좋은 음식을 즐겁고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알콜을 여기에 추가로 때려붓기는 좀 아깝고

EZ2DJ로 만나서 20년 가깝게 같이 놀고 있는 겜돌이 아재들인데 생각보다 오락실을 안 갔습니다


오도리역으로 돌아가서 타누키코지에 있는 타이토 스테이션으로 갑니다.



김기동의 스피릿을 살려보고자 하였으나 비루한 몸뚱아리의 30대 아재만이 찍힌 오락실인가 싶습니다.

여기도 11시가 넘어가자 마감시간이라면서 더 하고싶은 아재들을 밖으로 내보내버리네요



이제 더 이상 돌아다닐 예정지도 없는 여행의 마무리 단계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갑니다만 비행기 시각에 여유가 조금 있어서 삿포로에서 오전까지는 머물다가 출발하게 됩니다.



Posted by Spear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