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훌쩍 혼자 떠난 2017년 2월의 일본 여행 이야기입니다.
'도쿄도보다는 우리나라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주변 지역을 돌아보자...' 로 시작했는데
갔다오고 나서 정리해보니 버킷리스트를 해결하고 온 덕질여행이었습니다.
비행기 시각을 감안하면 오전 8시 정도까지는 가야 해서 또 일찍 길을 재ㅊ...
5시 조금 넘어서 첫차인데 집 앞에 버스고 뭐고 아무것도 오지 않는 신도시 초기의 동네 끝자락이라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러 갑니다ㅜㅜ...
이번에도 인천공항까지는 공항리무진이 수고해줍니다
아따 평일 출근시간인데 사람 많슴다
탑승권도 알아서 잘 뽑고 바로 출국수속...어라 이륙이 밀렸습니다
이번에는 탑승구를 아예 저 멀리 보내버리네요
뭐야 10시 20분으로 밀리더니 탑승구 오니까 왜 또 15분이 더 밀렸...
슬슬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탑승을 시작할때 쯤 되니까 눈이 섞여내리기 시작합니다
아니나다를까 탑승하고 나서 날개를 보니 얼어버리고 있네요
이것 덕분에 날개에 끼고 있는 얼음을 고압살수로 털어버린다며 출발이 두 시간 넘게 지연이 됩니다.
렌터카 지점에 예약된 시각에 맞추기 힘들 것 같아 예약사이트의 국내 연락처를 통해 지점에 항공기 지연으로 예약시각에 늦을거라는 내역을 전달해둡니다.
활주로 다른 쪽 어딘가로 설렁설렁 가서 서더니
날개 옆에 고압살수차가 와서 날개를 싹 쓸어주더라구요
이 뒤로도 더 대기를 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향합니다. 출발 지연이 2시간 40분...
이 도장이 당시에도 있었다니...어쨌든 뜹니다.
구름 위로 올라오니 햇빛이 쨍쨍하고
뭔 일 있었냐는듯이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갑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아래로 구름이 빽빽하네요.
나리타로 내려갑니다.
일본 방문은 한달만에 다시 하는 거지만 나리타에는 9년만에 오네요.
원래 도착 예정시각보다 2시간 30분을 늦었지만 무사히 도착했으니까 일단 그러려니 합니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세관에 가는데 이전 두 번의 입국 때에도 별 질문 없이 통과시키던 세관원이 제가 작성한 카드를 보더니
바로 이 상황에 돌입하네요?
일정 중에 아키하바라는 가겠지만 이 여행의 목적은 도쿄도 외곽을 자동차로 도는거라...
아무래도 물어보는 걸 보니 한국에서 들어온 사람이 첫 날 목적지가 우츠노미야라고 써놨으니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본사람이 인천 들어와서 서류 냈는데 목적이 여행인데 첫 날 숙박지가 의정부인 셈(...)부찌 먹으러 갈 수도 있지 뭘
하도 인상적이었던 순간이라 대화 내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 여행 목적은요?(영어)
- 자동차 여행입니다(일본어)
세) 아, 모테기 링 가시게요?(일본어)
(모테기 링(=서킷)은 우츠노미야 근처 지자체에 있음)
- 아뇨 그냥 자동차 여행입니다(일본어)(...)
모테기 링...가 보고 싶기는 한데 겨울에 왜 가겠어요...
어쨌든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입국장을 나와 렌터카 안내소로 갑니다.
직원이 없어서 인터폰을 들어 직원을 불러서 예약내역을 확인하는데,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초에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던 차량은 마쓰다 악셀라(한국차로 치면 현대 i30 정도)였는데,
예약내역을 확인한 직원이 차량이 없으니 다른 차량으로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애초에 렌트 가격이 싼 편이기는 했는데(6일 렌트에 보험 포함 33만원), 차가 없다고 대신 내주겠다는 게 제가 싫다고 항의하면서 이렇게 바뀝니다.
토요타 비츠->닛산 마치->(장난하냐고 항의하자 큰 차로 주겠다며)토요타 코롤라 필더(...)
토요타 차밖에 없냐 나는 마쓰다 차량을 예약했는데 도착하니까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얘기하자 본인들도 어쩔 수 없다며
마지막으로 토요타 코롤라 필더와 닛산 윙로드 두 차량을 제시하며
추가금 없이 둘 중 하나로 제공해주겠다며(왜건 차량이라 렌트 요금이 더 비쌈) 고르라고 해서
포기하고 그냥 아무거나 타자는 심정으로 닛산 윙로드를 고릅니다.
먼저 얘기하는 거지만 이 차는 진짜 별로였습니다.
LCC는 나리타 3터미널이지만 렌터카 안내소는 2터미널에 있어 2터미널 밖으로 나와 셔틀버스를 기다립니다.
고속도로 근처의 렌터카 대리점으로 하이에이스 당합니다
대충 차를 확인하고 인수절차를 거친 뒤 출발합니다.
이번 여행은 홋카이도 때와는 달리 유료도로 주행 비중을 거의 없앤 상태로 거의 일반도로만 타고 다니게 계획했습니다.
고속도로 패스가 없지는 않지만 이동루트상에 고속도로가 거의 끼지 않는 것도 그렇고,
홋카이도에 비해 고속도로 패스가 너무 비싸서(7일권 2만엔...)이기도 합니다.
홋카이도에서 타고다녔던 위시는 준중형급의 MPV지만 이 차는 준중형급 왜건이라고 설명하는 게 맞겠네요.
생긴 건 비슷해도 진짜 짐차 느낌이 물씬 납니다.
깡통차 수준인지라 공조기도 풀 수동(...) 내/외기전환 스위치가 옛날 화물차에서나 보던 레버식인것도 인상적.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닛산 윙로드라는 차는 AD라는 이름의 똑같이 생긴 상용 왜건 차량이 있습니다.
애초에 싸게 만든 차라는 거죠.
이 여행부터 본격적으로 주행 영상을 녹화하고 다닐 생각을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해보는 게 처음인지라 온갖 삽질은 다 했습니다.
분명 나리타에서 우츠노미야까지 이동하는데
녹화한 영상은 딱 이 구간에 해당하는 영상뿐입니다.
차를 받고 바로 나와버려서 스마트폰 거치대를 걸지도 못해서 나리타에서부터 찍지도 못했거니와
영상은 풀HD로 렌더링됐지만 원래 찍은 영상은 루미아 1520에 세팅해놓고 까먹은 4K/30fps로 찍혀서
시모츠바 시 쯤에서 메모리 용량 부족으로 녹화가 중단됐거든요(...)
한 10GB정도 남아있었는데 풀HD 세팅이라고 착각하고 한 세시간이니까 충분하겠지 했는데...
구름은 많아도 비는 오지 않으니 길을 재촉합니다.
가다가 편의점에 잠깐 섰는데 혼자 하는 여행인데 차는 과하게 큰 걸 받아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냥 20만원대에 피트 같은 거 빌릴 걸...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 보니까
9년 전에 차 얻어타고 돌았던 츠쿠파산 퍼플라인으로 가는 길이 나오고
9년 전 차에 탄 채 설명받으며 지나가던 츠쿠바대학과 츠쿠바시내를 지나
토치기현에 들어왔습니다.
보시다시피 토치기는 혼다의 홈그라운드죠.
국도변 풍경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광경의 연속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길가에 파칭코 치는 건물이 그렇게 크게들 여러군데 있는 것...
그렇게 출발 세시간 반 만에 우츠노미야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연착만 없었어도 한창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했을텐데 도착하니까 점포들이 영업을 끝낼락말락한 시각이 되었네요.
1박에 5만원도 안 하는 비즈니스 호텔인지라 모든 것이 다 작네요
혼자서 여행하기엔 충분한 숙소였습니다.
늦었지만 우츠노미야 시내 구경이나 하러 나가봅니다.
처음에는 수원시 세류동 느낌이었는데 걸을 수록 경기도 북부지역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루 일상을 끝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 사는 동네의 풍경이구요
시 중심가이자 번화가라는 우츠노미야역 앞입니다. 느낌이 딱 의정부역 앞인데......
점포도 거의 문을 닫은 상태이고 사람들도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문이 열려있는 교자를 파는 집을 하나 찍고 들어갑니다. 우츠노미야는 교자로 유명한 동네라고 하네요.
한가한 가게라 저는 좋았습니다.
그렇게 무난한 맛의 라멘을 하나 시키고
교자로 유명한 지역이라니까 교자를 안 먹을 수가 없죠.
생강이 들어갔는지 생강 향이 강하게 들어오는데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저녁을 때우고 나서 근처 쇼핑센터나 오락실에 가볼까 했는데 이미 문을 전부 닫은 상황.
그냥 휘적휘적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시내를 오가는 차들도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 한적한 풍경.
주정차위반중인 골프도 보입니다
철길도 건너가 보고
전철 지나가는것도 보면서 숙소로 돌아옵니다.
호텔 1층에서 발포주 캔 두개를 사서 TV를 켜고 앉아서 마시면서 봅니다.
이 때 뭔 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TV만 켜면 북한 얘기였을 정도로 일본 방송의 북한사랑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밀린 게 첫 날 일정에 좀 많이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무사히 첫 날이 지나갔습니다.
다음날부터는 이니셜D 현지투어로 변질되기 시작한 도쿄도 외곽 일주 2일차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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